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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 journey/네팔 Nepal

망고 바나나 사과


네팔에 체류할 당시 내 아침식사는 '망고, 바나나, 사과, 계란프라이, 빵한조각'
그야말로 웰빙이었지.
그래서 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담날 아침식사를 위해 어김없이 과일가게에 들렀다.
간판, 원산지표기, 가격표, 검역표 등등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이동식 과일가게.
먹음직스럽게 가지런히 정리된 과일이 곧 간판이었고
즉석에서 직접확인해볼 수 있는, 시원하고 달짝지근하게 맛드러진 과일맛이 곧 검역표였다.
(그래봤자 육로이외에는 교역이 어려운 내륙국가 특성상 북인도와 네팔남부에서 생산된 과일일것이다.)
가격? 원채 저렴한데다 흥정도 가능하고 에누리까지 얹어서 준다.
이곳에 들리는 것은 더운 날씨에 지칠대로 지쳐 귀가하던 나에게 소소한 기쁨요소였다.

어쩌면 네팔이 그리운 이유는,, 히말라야도 아니고 찬란한 문화유산 때문도 아닐 것이다.
바로 이런 소소한 일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일상적이었던 것이 한국에서는 특별한 것이 된다.
한국에서 망고, 바나나, 사과를 매일같이 먹는다는것. 이것만큼 특별한 일상이 있을까...
브랜드와 바코드만이 그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체험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으니 물건을 사는 나의 행위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브랜드와 가격표만 뚫어져라 쳐다볼수밖에 없는 대형마트의 생리가
물건을 보기전에 사람을 먼저 보게 했던 '네팔에서의 장보기'에 길들여져버린 나에게
그리움이란 통증을 가져다주는구나...

2007년 6월
네팔 카트만두 자와라켈 거리
Jawalhakhel, Kathmandu, 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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